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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APP STORY] 인싸를 위한 SNS? 클럽하우스 사용기
2021-03-03 오후 2:25:00

지난달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같이 귀에 맴돌고, 눈에 밟히던 앱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클럽하우스`입니다. 저와 같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도대체 그게 뭐길래 난리냐고 할것입니다. 열에 아홉 번은 `인싸`라는 용어와 단짝처럼 붙어 나와 인싸의 행동력을 끊임없이 자극하지만 아니, 인싸의 기본 장착템은 아이폰인가 하는 아이러니함에 그냥 그런 게 있구나 하고 지나쳤죠.

그런데 이게 중독성이 장난이 아니라는 소문에 아싸인 저도 한 번 사용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행히도 SE를 서브폰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다운 받아볼 수 있는 조건은 갖추었습니다. 초대장이 필요하다는 건 익히 들었기에 `까짓것, 아싸지만 돈 주고 사면되지! 돈이면 다 돼` 하는 생각에 당근마켓을 열어 `클럽하우스`를 검색해봤죠. 그런데 어느 동네에도 판매 글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ㅠㅠ 후에 안 사실이지만 당근마켓에서는 무료 초대권을 유로로 판매하는 것은 판매금지 품목에 포함되어 있어 거래 중지 사유가 된다더군요.

하는 수없이 초대장 구걸에 나섰습니다. 왠지 있을 것 같은 P 과장님에게 조심스레 요청했고, 그렇게 커피 한 잔과 초대장을 맞바꿨죠. ㅎㅎ그날 저는 잠들기 직전까지 SE를 곁에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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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하고, 우선 클럽하우스가 앱 시장에 혜성처럼 나타나 열풍을 일으키기까지의 짧은 여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 창업가인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의 로한 세스가 만든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4월 출시되었으며 현재까지 iOS에서만 베타서비스 중입니다. 베타서비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다운로드 돌파했으며 1천억 원이 넘는 투자를 받아 단숨에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창업 20년 이하 비상장 스타트업) 으로서의 면모를 갖추었습니다. 클럽하우스의 무서운 성장의 이면에는 코로나19가 빚어낸 비대면을 추구하는 사회현상과 폐쇄성이 주는 심리적 우월감, 그리고 세계적인 유명인과 부호들이 이끌어낸 강력한 바이럴의 콜라보레이션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앱의 태생이 실리콘밸리이기에 가능한 요소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만약에, 아주 만약에 클럽하우스를 반듯한컴퍼니가 만들었다면 일론 머스크가 가입했을까요? 일론 머스크가 가입하지 않았다면, 김슬아 대표는 가입했을까요? 음... 글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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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의 UI UX는 아주 단순합니다. 단순하다 못해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사진, 동영상 등 시각적인 요소가 필수 요소로 포함되는 여느 SNS와 달리 클럽하우스는 프로필 외에는 오로지 텍스트와 최소화한 아이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적당한 이모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성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기에 굳이 긴 텍스트도, 이미지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SNS이지만 UI가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굳이 사용법을 익힐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클럽하우스를 처음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은 오로지 팔로잉 기반의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피드 구성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여전히 적응하기가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고요. 아직 한국인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런지 한국어 방이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국내 유명인을 열심히 팔로우 하다 보면 피드의 언어도 바뀌기는 하지만 마음에 드는 모더레이터와 유명인을 포함해 50명을 팔로우한 현재로서는 아직 피드가 만족스럽지는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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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방에 들어가면 방을 이끌어가는 스피커가 최상단에 위치하고 그 아래로 스피커들의 팔로워 - 청중 순으로 프로필이 나열됩니다. 청중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을 수 있으며 발언권을 얻은 청중은 스피커의 위치로 이동합니다. 소통 방식은 민주적입니다. 그리고 오프라인 강연 방식과도 매우 유사합니다. 강연자가 기회를 주면 청중은 발언권을 얻고 발언이 끝나면 마이크는 다음 발언권자에게 넘어가는 것과 유사하죠. 하지만 하재근 문화 평론가의 말처럼 초대장부터 발언권을 얻기까지 누군가의 허락을 구하는 방식은 수직적 소통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유저가 배제되어 아직까지 국내 소수 얼리어답터들만 가입한 상황에서 피드에 올라오는 한국인 개설 방은 전문분야에 대한 토론방이나 투자방, 또는 사람들을 모으기 위한 독특한 컨셉방이 대다수입니다. 물론 자유롭게 발언하고 토론을 이어가는 방도 많지만 몇몇 방들은 그들만의 토론장이고 그들만의 놀이터라는 느낌을 많이 받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수직적인 소통 구조는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죠. 확실히 밝혀진 사건은 아니라고 하지만 클럽하우스로 인한 사기 사건 피해에 관해 작성된 그럴듯한 블로그 글을 발견했습니다.


📌 "클럽하우스에서 투자 사기가 발생한 것 같습니다" / 송중식의 IT와 가치투자 이야기


가해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클럽하우스의 투자 방이라는 투자방은 가리지 않고 들어가 거침없이 발언하며 주식에 막 입문한 초보 투자자들을 현혹시켜 투자금을 회수한 뒤 잠수를 탄 사건이라고 합니다. 



 대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녹화, 재방송이 불가능한 휘발성과 권한이 주어진 소수의 인원이 방을 이끌어가는 음성 소통 방식은 언변이 뛰어난 사기꾼들에게 최적의 사냥터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도 휘발성 음성 기반이라는 클럽하우스의 특성을 처음 마주했을 때 새로운 유형의 SNS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따라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앞서긴 했습니다. 채팅은 비방, 욕설에 대한 필터링이 가능하지만 실시간 음성은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죠. 이 부분은 클럽하우스가 지금의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